문학/고전소설

[17 6평] 조위한, 최척전 (2017학년도 6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 문학 고전소설)

프로토콜국어연구소 2022. 8. 5.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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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치고 많은 세부 내용이 서술과 발화를 통해 등장한다. 꼼꼼히 확인하고 문제를 푸는 습관을 가지자. 항상 강조하지만, 문학은 해석이 아니라 근거 찾기 싸움이다.

 


 

지문과 문제

 

 

[01 - 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017학년도 6 모의평가

 

경자년(庚子年, 1600) 늦봄, 최척(崔陟) 주우(朱佑)* 함께 배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 팔다가 마침내 안남* 이르게 되었다. 이때 일본인 상선(商船) 10 척도 강어귀에 정박하여 10 일을 함께 머물게 되었다.

 

날짜는 어느덧 4 보름이 되어 있었다. 하늘에는 구름 없고 물은 비단결처럼 빛났으며, 바람이 불지 않아 물결 또한 잔잔하였다. 이날 밤이 장차 깊어 가면서 밝은 달이 강에 비치고 옅은 안개가 위에 어리었으며, 뱃사람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지고 물새만이 간간이 울고 있었다. 이때 문득 일본인 안에서 염불하는 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는데, 소리가 매우 구슬펐다. 최척은 홀로 선창에 기대어 있다가 소리를 듣고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즉시 행장에서 피리를 꺼내 곡을 불어서 가슴속에 맺힌 회한을 풀었다. 때마침 바다와 하늘은 고요하고 구름과 안개가 걷히니, 애절한 가락과 그윽한 흐느낌이 피리 소리에 뒤섞이어 맑게 퍼져 나갔다. 이에 수많은 뱃사람들이 놀라 잠에서 깨어났으며, 그들은 처연하게 앉아 피리 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격분해서 머리가 곧추선 사람도 피리 소리에 분을 가라앉힐 정도였다.

 

잠시 후에 일본인 안에서 조선말로 칠언절구(七言絶句) 읊었다.

 

 

왕자진* 피리 소리에 달마저 떨어지려 하는데, [王子吹簫月欲底]

 

바다처럼 푸른 하늘엔 이슬만 서늘하구나. [碧天如海露凄凄]

 

 

시를 읊는 소리는 처절하여 마치 원망하는 , 호소하는 듯하였다. 시를 읊더니, 사람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최척은 시를 듣고 크게 놀라서 피리를 땅에 떨어뜨린 것도 깨닫지 못한 ,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멍하니 있었다. 이를 보고 주우가 말했다.

 

“어디 좋은 곳이라도 있는가?

 

최척은 대답을 하고 싶었으나 목이 메고 눈물이 떨어져 말을 없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최척은 기운을 차려 말했다.

 

“조금 전에 안에서 들려왔던 시구는 바로 아내가 손수 지은 것이라네. 다른 사람은 평생 시를 들어도 절대 알아내지 못할 것일세. 게다가 시를 읊는 소리마저 아내의 목소리와 너무 비슷해 절로 마음이 슬퍼진 것이라네. 하지만 어떻게 아내가 여기까지 와서 안에 있을 있겠는가?

 

이어서 가족이 왜군에게 포로로 잡혀간 일을 말하자, 안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 비탄에 젖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가운데는 두홍(杜洪)*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젊고 용맹한 장정이었다. 그는 최척의 말을 듣더니, 얼굴에 의기를 띠고 주먹으로 노를 치면서 분연히 일어나며 말했다.

 

“내가 가서 알아보고 오겠소.

 

주우가 저지하며 말했다.

 

“깊은 밤에 시끄럽게 굴면 많은 사람들이 동요할까 두렵네. 내일 아침에 조용히 물어보아도 늦지 않을 것일세.

 

주위 사람들이 모두 말했다.

 

“그럽시다.

 

최척은 앉은 채로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동방이 밝아 오자, 즉시 강둑을 내려가 일본인 배에 이르러 조선말로 물었다.

 

“어젯밤에 시를 읊었던 사람은 조선 사람 아닙니까? 나도 조선 사람이기 때문에 한번 만나 보았으면 합니다. 멀리 다른 나라를 떠도는 사람이 비슷하게 생긴 고국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찌 그저 기쁘기만 일이겠습니까?

 

옥영(玉英) 어젯밤에 들려왔던 피리 소리가 조선의 곡조인 데다 평소에 익히 들었던 것과 너무나 흡사하여서 남편 생각에 감회가 일어 저절로 시를 읊게 되었던 것이다. 옥영은 자기를 찾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는 황망하게 뛰어나와 최척을 보았다. 사람은 서로 마주 바라보고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끌어안고 모래밭을 뒹굴었다. 목이 메고 기가 막혀 마음을 안정할 수가 없었으며, 말도 없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다하자 피가 흘러내려 서로를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나라의 뱃사람들이 저잣거리처럼 모여들어 구경하였는데, 처음에는 단지 친척이나 아는 친구인 줄로만 알았다. 뒤에 그들이 부부 사이라는 것을 알고 사람마다 서로 돌아보며 소리쳐 말했다.

 

“이상하고 기이한 일이로다! 이것은 하늘의 뜻이요, 사람이 이룰 있는 일이 아니로다. 이런 일은 옛날에도 들어 보지 못하였다.

 

최척은 옥영에게 그간의 소식을 물으며 말했다.

 

“산 속에서 붙들려 강가로 끌려갔다는데, 그때 아버님과 장모님은 어떻게 되었소?

 

옥영이 말했다.

 

“날이 어두워진 뒤에 배에 오른 데다 정신이 없어 서로 잃어버리게 되었으니, 제가 분의 안위를 어찌 있었겠습니까?

 

사람이 손을 붙들고 통곡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슬퍼하며 눈물을 닦지 않는 이가 없었다.

 

주우는 돈우(頓于)* 만나 백금 덩이를 주고 옥영을 사서 데려 오려고 하였다. 그러자 돈우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내가 사람을 얻은 이제 4 되었는데, 그의 단정하고 고운 마음씨를 사랑하여 친자식처럼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침식을 함께하는 잠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으나, 지금까지 그가 아낙네인 것을 몰랐습니다. 오늘 이런 일을 직접 겪고 보니, 이는 천지신명도 오히려 감동할 일입니다. 내가 비록 어리석고 무디기는 하지만 진실로 목석은 아닙니다. 그런데 차마 어떻게 그를 팔아서 먹고살 있겠습니까?

 

돈우는 즉시 주머니 속에서 은자(銀子) 10냥을 꺼내어 전별금(餞別金)으로 주면서 말했다.

 

4년을 함께 살다가 하루아침에 이별하게 되니, 슬픈 마음에 가슴이 저리기만 하오. 온갖 고생 끝에 살아남아 다시 배우자를 만나게 것은 실로 기이한 일이며, 세상에는 없었던 일일 것이오. 내가 그대를 막는다면 하늘이 반드시 나를 미워할 것이오. 사우(沙于)*! 사우여! 가시게! 가시게!

 

- 조위한, 최척전(崔陟傳)

 

* 주우, 두홍: 최척과 함께 장사를 하는 중국인들.

 

* 안남: 베트남.

 

* 왕자진: 주나라 영왕의 태자로, 죄를 입어 서인이 되었음.

 

* 돈우: 옥영을 데리고 장사를 하는 일본인.

 

* 사우: 돈우가 옥영에게 붙여 이름.

 

 

 

 

 

01

 

최척과 옥영의 재회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타국에서 만난 동포의 도움을 통해 우연히 이루어진다.

 

인물이 공유하고 있는 과거의 기억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진다.

 

인물이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베푼 자비로 인해 이루어진다.

 

주변 사람들의 오해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다가 기적적으로 이루어진다.

 

주변 인물들 대다수에게는 환영을 받지만 일부에게는 의구심을 유발한다.

 

 

 

 

 

02

 

윗글의 ‘밤’과 ‘아침’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밤은 주인공이 초월적 존재와 교감하고, 아침은 주인공이 현실적 문제와 대결하는 시간이다.

 

밤은 운명과의 대결을 통해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고, 아침은 조력자의 등장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시간이다.

 

밤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새로운 계획이 구상되고, 아침은 개방적인 공간에서 계획을 실행할지 논의하는 시간이다.

 

밤은 인물의 내면적 갈등이 점진적으로 심화되고, 아침은 내면적 갈등이 새로운 인물들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시간이다.

 

밤은 주인공이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면서 서사적 긴장이 조성되고, 아침은 극적 장면이 펼쳐지면서 긴장이 해소되는 시간이다.

 

 

 

03

 

<보기>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임진왜란(15921598) 16세기 말~17세기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전쟁들은 각국 백성들의 삶에 심대한 수난을 초래했다. 이러한 역사를 반영한 대표적인 작품이 조위한의 「최척전」이다. 최척에게서 체험의 전말을 전해 듣고 작품을 썼다는 후기로 보면 작품이 실제 체험에 바탕을 인물들의 이산(離散) 귀향의 과정을 그린 유랑의 서사임을 있다. 특히 서사 공간이 조선을 포함하여 아시아 여러 국가에 걸쳐 있고 국가 갈등을 넘어선 개인 간의 인간적 배려 전쟁의 참상에 대해 각국 백성들이 보인 인류애적 연민의 모습도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경자년’, 4년’ 등은 최척과 옥영이 겪어야 했던 전란과 유랑 체험이 역사적 실제성을 지닌 것임을 알려 주는군.

 

처절하게 시를 읊고 한숨까지 내쉰 것은 시가 옥영 자신의 이산과 유랑 체험을 계기로 지어진 것임을 알려 주는군.

 

‘조선말’, ‘조선의 곡조’ 등이 사건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최척 부부의 재회가 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겠군.

 

최척 가족의 이산의 사연을 듣고 주변 사람들이 눈물 흘린 것은 전쟁의 참상에 대한 인류애적인 연민을 보여 사례이겠군.

 

돈우가 백금을 받고 옥영을 파는 대신 오히려 옥영에게 전별금을 주며 안타까이 보낸 것은 국가 갈등을 넘어선 인간적 배려를 보여 주는 사례이겠군.

 


 

작품 분석과 문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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